댕댕이에게 배우는 무심함 🐶
런닝을 마치고 쿨다운을 하며 걷고 있었다. 문득 주인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산책하던 강아지가 낯선 사람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귀여움에 반해 빤히 바라보던 나는 ‘아고 너무 뚫어지게 봤나’ 싶었지만, 그들은 그저 해맑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 경계도, 두려움도, 과잉 친절도 없이 말이다.
사람이라면 어떨까? 낯선 이를 마주쳤을 때 괜히 시선을 피하거나, 은근히 눈치를 보고, 속으로는 이런저런 판단을 하며 긴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그저 ‘거기 있는 존재’로만 둘 뿐이다. 적도 아니고, 특별한 친구도 아닌, 그냥 지나가는 환경 요소. 이 담백한 무심함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나는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못할까. 세상은 늘 낯선 이를 해석하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다.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짐작하고, 행동을 보고 의미를 부여한다. 때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뉴스가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례를 반복해 보여주며 불안을 키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무심함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된다.
그렇지만 강아지를 보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머리가 단순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해석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인간보다 가볍게 사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게 두면 된다는 것. 굳이 내 마음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만남들이 많다는 것. 무심함은 무책임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낯선 이를 빠르게 분류하려고 한다. 안전한지, 불편한지, 혹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재빨리 따져본다. 그러다 보니 무심함은 더 멀게만 느껴지고, 자책하기도 쉬워진다. 어쩌면 이게, 내가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큰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오늘도 그들의 무심함이 사랑스럽고, 부럽다. 🐾 (fall in 새벽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