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블로그를 직접 만들었나?
나는 왜 블로그를 직접 만들었나?
나는 학습용 노트를 쓸 때면 자연스럽게 마크다운(.md) 파일을 연다.
가볍고, 어디서나 열리고, 글꼴이나 장식보다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포맷이라 좋다.
문제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는 아직 이만큼 직관적인 형식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그런 파일들을 전부 GitHub 레포에 쌓아 두고 있 었다.
처음엔 편했다.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늘리고, 커밋을 남기면 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배운 것들이 늘어날수록
“이걸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레포 안의 파일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그게 “지식을 계단처럼 쌓아 올린 구조”라기보다는
그냥 “어제 것도, 작년 것도 뒤섞여 있는 폴더 트리”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Jekyll도 써봤다.
하지만 뭔가 자꾸 아쉬웠다.
루비 기반이라 로컬 환경을 따로 챙겨야 하고,
내가 주로 쓰는 자바스크립트/노드 생태계와 살짝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나는 기존의 .md 작성 습관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 조금 더 단순하고
- 조금 더 쉽게 올리고
- 조금 더 가볍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그러다 Docsify를 알게 됐다.
이건 정말 “불필요한 게 하나도 없다”라는 느낌이었다.
그냥 폴더에 .md를 두고, 사이드바만 적당히 만들어주면 된다.
(디자인적으로는 타협했지만, ... 🥹 반드시 향상시켜줄게...)
내가 원하던 건 결국 그런 단순함이었다.
그래서 notes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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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블로그와 노트를 분리했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미 쌓여 있는 노트도 많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텐데
이걸 전부 한 프로젝트 안에서만 관리하는 건 점점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 notes: 내가 공부하고 정리한 기술/언어/패턴들을 쌓아두는 아카이브
- blog: 이력, 회고, 취미로 키 워나가고 싶은 가벼운 에세이 같은 글들을 쓰는 공간
구조적으로도 분리하고 싶어서 pnpm 모노레포로 blog와 notes를 나눴다.
blog 쪽은 Docusaurus를 골랐다.
선택 기준은 명확했다.
- 빠르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하고
- 기본 기능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어야 하고
- 세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빨리 뼈대를 세운다”는 목표에는 잘 맞았다.
다만 기능을 더 붙이거나 스타일을 바꾸고 싶을 때는
자유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것도 동시에 느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지금 당장 구현하는 데 시간을 덜 쓰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꼭 향상시켜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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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은 왜 mnghqx.xyz 인가
도메인은 mnghqx.xyz로 정했다.
- 내가 쓰고 있는 아이디(mnghqx)와 어미가 자연스럽게 붙고
- 약간 “테스트베드 같은 개인 실험실” 느낌도 있고
- 무엇보다도… 저렴했다
조건을 따져보면
“굳이 다른 걸 고를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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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외부 플랫폼이 불편했나
사실, 내가 블로그를 직접 만들게 된 이유는 기술적인 것보다 감정에 가깝다.
외부 플랫폼이 점점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전에 써둔 문장을 떠올리면 이렇다.
- 나는 그냥 단순히 미래의 나를 독자로 하는 단순한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플랫폼은 “글 + 플랫폼의 룰”을 함께 요구한다. - 좋아요, 댓글, 노출 경쟁, 추천 알고리즘…
어느 순간 글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 좋은 글”로 변해버린다.
외부 플랫폼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좋아요나 댓글, 노출 경쟁, 추천 알고리즘 같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기부여와 피드백의 통로가 된다는 것도 안다. 다만 성향상 지금의 나는, 그런 장치들이 붙어 있는 곳에서 ‘연습’하기가 버거웠다. (어쩔 수 없는 내향인 인가 봐 🥹) 일단은 남의 시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글쓰기 근육을 다시 만들고 싶었다.
요즘 플랫폼들은 대체로, 집을 전시관처럼 꾸미고 거기서 사는 쪽으로 설계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프로필, 타임라인, 활동 기록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전시’ 모드로 묶이게 된다. 그 구조가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그걸 잘 활용해서 커리어와 네트워크를 넓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 같은 타입에게는, 그 전시관 모드가 항상 켜져 있는 상태에서 연습까지 같이 하는 게 꽤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글은 “링크드인 같은 곳에 글을 올리는 건 이상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공간을 능숙하게 잘 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다만 나는 아직, 그런 전시 구조 안에서까지 편하게 연습하기엔 조금 버거운 쪽에 가깝다.
즉, “집을 전시관처럼 꾸미고 그 안에서 살라”고 요구하는 구조가 나에겐 잘 안 맞는 것 같다. 집은 집답게, 전시는 전시대로 따로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일단은 집 같은 공간으로 남겨 두려고 한다. 편하게 어질러도 보고, 실패한 문장들도 한동안 그대로 두어 볼 수 있는, 그런 쪽에 가깝게.
그냥 “제목 + 글” 이면 충분한. 나도 모르게 “잘 보이는 글쓰기 모드”로 전환되지 않는.
노션도 비슷했다.
페이지 템플릿, DB, 속성, 뷰…
글을 쓰기도 전에 먼저 구조가 등장하고,
나는 그 구조 안에 맞춰 들어가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거기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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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가 갖고 있는 방향
그래서 이번 블로그는 애초에 이렇게 설정했다.
- 남들이 보라고 쓰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다시 읽게 될 공간.
(물론, 누군가 우연히 이 글들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열린 창문은 남겨두고 싶다.) - 플랫폼의 규칙 대신, 내가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구조.
- 비교·평가·경쟁의 장이 아니라, 내 기록을 위한 집.
정리하자면,
“남들이 보라고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제일 먼저 읽기 위해 쓰는 공간”
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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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그리고 기록 – 나는 왜 글쓰기에 점점 더 애착을 가지게 되나
이번에 블로그를 만들면서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던 문장이 하나 있다.
“결국 기록만 남고, 기억은 다 사라진다.”
지금까지 나는
“글을 쓰는 개발자”라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억지로 스펙 문서 만드는 개발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자꾸 느껴졌다.
- 문서를 쓰지 않으면, 내가 왜 그 결정을 했는지 점점 흐려지고
-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고민과 선택의 맥락을
나 자신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라는 김익한의 책 “거인의 노트”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계속 나온다.
- 사람의 기억은 필연적으로 퇴색하고 왜곡된다.
- 그래서 “조금이라도 확실히 나아가는 삶”을 위해서는
기록이라는 장치를 의식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 책은, 느리더라도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기록”을 설명한다.
나는 그 부분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아, 나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축적을 만들고 싶다.”라고.
비슷한 시기에 들었던 강의에서도
글쓰기와 기록의 중요성을 아주 세게 강조하고 있었다.
거기서 했던 말은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 개발자로서의 경쟁력은 두 가지로 완성된다.
- 스스로 쌓는 능력
- 그 능력을 남들이 ‘보이게’ 만드는 표현 능력
대부분의 개발자는 1번,
즉 학습·경험·기술을 쌓는 쪽에는 정말 열심이다.
하지만 2번,
표현·기록·글쓰기에 대해서는
“중요한 건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미루는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 내가 무엇을 배웠고
- 어떤 점에서 고민했고
-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근거와 히스토리가 흐려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내 사고를 정리하는 도구”다.
- 글이 남아 있어야만 과거의 판단과 지금의 판단을 잇는 히 스토리가 생긴다.
결국, 글쓰기 습관 하나가
- 내 성장 속도를 바꾸고
- 내 경력을 설명하는 힘이 되고
-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역량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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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나만의 “기록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지금의 notes이고, blog이고, 이 공간 전체다.
기왕 기록할 거라면, 나는 이런 조건을 갖추고 싶었다.
- 플랫폼 알고리즘의 눈치를 안 보는 곳에서
- “잘 보이는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이 남는 글쓰기”를 할 수 있고
- 시간이 지나도 구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 다시 읽었을 때 바로 문맥이 떠오르는 포맷으로
천천히, 꾸준히 쌓여가는 기록 시스템.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앞으로 내 경력에서 꽤 중요한 자산은
“내가 축적해 온 사고의 기록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바뀌고, 트렌드는 사라진다.
하지만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생각해 봤는가”는
기록해두면 꽤 오래 남는다.
그걸 도와주는 도구가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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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습관은 결국 “나를 위한 경쟁력”이다
앞에서 말한 강의에서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했다.
개발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가장 힘이 되는 건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사고의 히스토리”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노트를 정리하고
- 기록의 구조를 만들고
- 블로그를 직접 만들고
- 이 기록들이 머물 집을 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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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이 모든 과정은 거창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런 마음에 더 가깝다.
- 나는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
- 다시 떠올리고 싶은 순간들이 많다.
-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생각들이, 지금도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그걸 붙잡기 위해 나는 기록한다.
두 번 기록하고, 다시 읽고, 또 정리한다.
앞으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