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세계관
나는
나 자신도
그렇고,
내 주변의 사람과 사물도
모두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어떤 기본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가 보이면 바로 처리해야 했고,
메시지가 오면 가능한 한 빨리 답해야 했고,
생각이 떠오르면 정리해야 했고,
해석이 시작되면 끝을
봐야 했다.
반응이 빠른 건 능력처럼 느껴졌고,
지연은 어딘가
애매하게 남는 일처럼 보였다.
이건 불안 때문이라기보다
'탐색 성향'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생각과 감정,
관계와 선택을
데이터처럼 펼쳐놓고 보고 싶었다.
패턴이 보이면 더 들어가고 싶었고,
연결이 보이면 끝까지 확인하고 싶었다.
문제는,
'즉시'
였다.
질문을 받으면 빠르게 답하고,
요청이 오면 바로 처리하고,
메시지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태도는
대체로 좋은 반응으로 돌아왔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속도는 기본값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반응'
을 늦추는 선택은 점점 어려워졌다.
이 습관은
일의 영역을 넘어
생각과 감정의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해석도,
판단도,
계획도,
미루지 않고 끝내야 할 일처럼 느껴졌다.
계획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고,
가능한 경우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분석 능력' 은
도움이 되었지만,
항상 작동하는 상태 에서는
그 자체로 피로가 되었다.
'최근'
에는 다른 선택이 가능해졌다.
해석이 시작되어도
바로 결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있네."
"지금은 안 해도 되겠다."
분석하고 싶은 욕망은 남아 있다.
다만, 모든 것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
은 전처럼 단단하지 않다.
즉시
가 아니어도 많은 것들은 제자리에 있었다.
즉시
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나는 천천히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