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멋처럼 쓰지 않기
어느 순간부터
“인생무상”
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 멈칫한다.
뜻 자체는 이해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오래 고정되는 것은 없다는 말.
그런데 가끔 그 말이
통찰이라기보다 분위기처럼 소비되는 장면을 본다.
좋은 순간 한가운데에서
“어차피 다 지나가.”
“결국 다 허무해.”
이런 말이 툭 던져질 때가 있다.
그 말이 틀렸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만 굳이 지금,
그 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허무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허무를 연출하는 태도는 조금 다르다.
전자는 삶의 무게를 통과해 나온 말처럼 느껴지고,
후자는 약간 멋을 낸 문장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나는 요즘 작은 것들을 고쳐 쓰며 지낸다.
공간을 정리하고,
생활을 다시 짜고,
기록을 남긴다.
그게 영원하다고 믿어서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다 허무”라는 말은
나에게 통찰이라기보다
약간의 거리감을 남긴다.
무상이 변한다는 뜻이라면,
그 안에는 끝뿐 아니라
'여지'도 함께 들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기분도, 관계도, 나 자신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굳이 서둘러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허무를 멋처럼 쓰기보다는,
나는 아직 변화 쪽에 마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