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라는 말은 왜 현실 같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이 말은 꽤 자주 듣는 말이다.
계획을 이야기할 때
무언가를 시도하려 할 때
조금 큰 꿈을 말했을 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은 조금 이상하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분명 현실을 가리키는 말처럼 들리는데,
막상 쓰이는 장면을 보면
현실 그 자체를 설명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다.
- 너무 큰 목표를 말했을 때
- 조건이 부족한 계획을 세웠을 때
-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선택을 했을 때
사람들은 말한다.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하지만 그 순간
현실은 이미 거기에 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지금 우리가 처한 조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
그게 바로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실’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책임 회피나 자기방어가
슬쩍 시작되곤 한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현실을 말하는 것 같은데,
현실을 똑바로 보자는 말 같지는 않아서.
현실은 이미 주어진 것이고,
현실적은 그 안에서 가능한 쪽으로 정리하는 판단이다.
그래서 ‘현실적’이라는 말은
현재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현재를 근거로 미래를 제한하는 말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제한을
굳이 “제한”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여러 판단을 한 번에 뭉개서 말한다.
이를테면 이런 말들이다.
- 실현 가능하다 / 실현 가능성
- 타당하다 / 타당성
- 가능하다 / 가능성 있다
- 무리 없다 / 무리한 선택
- 합리적이다 (가치판단이 섞이기도 하고)
- 실용적이다 (현실이라기보다 효율과 쓸모에 가깝고)
결국 ‘현실적’이라는 말은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라기보다
판단을 정리하는 말에 가깝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보통
- 가능성이 높은 것
- 조건을 고려한 것
- 무리하지 않는 선택
- 이상을 조금 내려놓은 판단
이런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어떤 말은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현실을 설명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가능한 범위를 정리하는 말에 가깝다.
어쩌면 그래서
이 단어는 조금 묘하다.
현실을 말하는 단어인데
막상 현실 그 자체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이유로
선택지를 조정하는 말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