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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연기 같다

말은 연기 같다

어떤 대화는 유난히 피곤하다.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어디로 흩어져 버리는지 알 수 없고,
다시 확인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의 말은
충분히 생각한 뒤에 나오기보다
그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대화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말의 내용만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로도 많은 것을 유추하게 된다. 자기 이야기만 계속하는 사람이나
상대의 말을 거의 받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어떤 면이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대화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연기 같은 순간의 말로 사람을 단정해 버리는 일은 어쩌면 너무 성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꽤 많다.

회의나 1:1 같은 자리에서는
말로 전달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어떤 대화는
생각이 있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먼저 만들어진 뒤에 시작되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어지는 대화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대화가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말을 해야 하니까 생각을 만들어 내야 하는 대화가
사람을 더 쉽게 지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것도 하나의 능력인가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이 어느 정도 잡혀야 말이 나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일은 결국 말 위에서 굴러가고,
관계도 대개 대화 속에서 이어진다.

피곤하다고 해서
그걸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말들 사이에서
생각 하나가 또렷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흩어지는 말을 전부 붙잡으려 하기보다,
그 사이에서 잠깐 또렷해졌던 생각들을
나중에 기록으로 옮겨 두는 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