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함과 건방 사이
씩씩함은 대체로 좋은 쪽에 놓인다.
자신감도 그렇고,
예의도 그렇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또렷하게 말하고,
주저하지 않고 움직이고,
어른스럽게 인사하고,
분위기를 먼저 잡는 사람을 보면
대개는 괜찮은 인상이라고 느끼기 쉽다.
나도 대체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성질들 자체보다,
그 안에 무엇이 섞여 있느냐인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씩씩하고,
자신감 있고,
예의도 갖춘 것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 같이 있으면 피곤한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조금 지나고 나면
비슷한 결이 보일 때가 있다.
상대를 너무 빨리 파악하려 들고,
말 몇 마디 안에서
자리를 먼저 정리하려 하고,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느낌보다
조용히 판을 잡으려는 쪽에 더 가까운 태도.
그럴 때 느껴지는 것은
자신감보다는
건방에 가까운 어떤 기운이다.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말투도 아주 거칠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애매하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형식도 갖추고 있고,
먼저 나서는 태도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사람을 가볍게 재도 된다고 여기는 기운,
내가 먼저 이 자리를 읽고 있다는 식의 기운,
상대를 동등하게 보기보다
자연스럽게 배열하려는 듯한 기운이 섞이면
느낌은 금방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씩씩하다는 말이
든든함보다 선점처럼 느껴지고,
자신감이라는 말이
안정감보다 우위 의식처럼 느껴지고,
예의라는 말도
존중이라기보다
겉면만 매끈하게 정리된 태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결국 비슷해 보이는 태도도
그 안에 섞인 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예전에는
이런 차이를 너무 예민하게 보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는 말보다 빨리 드러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설명보다 먼저 묻어난다.
말을 끊는 방식,
질문을 던지는 방식,
받아들이는 방식,
손짓 하나,
웃는 타이밍,
상대의 경험을 듣고 반응하는 방식 같은 것들에
그 사람의 결이 먼저 실린다.
그래서 좋은 성질처럼 보이는 것들 앞에서도
가끔은 조금 더 천천히 보게 된다.
씩씩함 자체가 좋은 것이고,
자신감도 좋은 것이고,
예의도 물론 좋은 것이다.
다만 그 안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는
조금 더 지나봐야 알 때가 있다.
처음부터 너무 능숙하게 자기 자리를 잡는 사람을 보면
안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 능숙함 안에
선점하려는 기운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작지 않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함께 있으면 몸이 먼저 안다.
편안해지는지,
조금씩 피곤해지는지.
아마 내가 보게 되는 것은
태도 그 자체보다,
그 태도가 사람을 어떤 위치에 두고 움직이는지
그 방향인지도 모르겠다.